어제는 미세먼지가 잠잠하다던 예보와는 달리, 오후가 되자 공기가 뿌옇게 탁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아침에 집 앞 골목 청소를 마치고 평소처럼 장군봉근린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갔는데, 대규모 석축 공사가 한창이라 등산로가 통째로 막혀 있더라고요. 우회해서 올라가려 해도 자재와 중장비가 가득해 산책하기 어려운 분위기라, 결국 계획을 바꿔 이웃한 청룡산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봄 산속에서 만난 귀룽나무의 새순
청룡산 능선을 걷다 보니, 작년에 붉게 익었던 열매와 금년에 막 피어난 노란 산수유 꽃이 한 나무에 함께 매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지난 계절과 맞이한 계절이 공존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잠시 멈춰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며칠 전부터 찾고 있던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귀룽나무’였어요. 겨울의 앙상함이 채 가시지 않은 숲속에서 가장 먼저 연둣빛 새순을 틔우는 나무 중 하나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올해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대부분이 아직 잎이 없는 나목 상태인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귀룽나무만이 힘겹게나마 작은 잎사귀들을 펼치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름에 담긴 이야기와 다양한 효능
드디어 청룡산 정상에서 서림동 고시촌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중간에서 귀룽나무를 발견했어요. 이 나무의 이름에 대해 알아보니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줄기의 껍질 무늬가 거북이(龜) 등같이 생겼고, 뻗어 나가는 가지의 모습이 용(龍)을 닮았다 해서 ‘귀룡나무’라 불리다가 현재의 ‘귀룽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하얀 꽃이 만개했을 때 구름처럼 보여 ‘구름나무’라 불리다가 변했다고도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점은, 이 나무는 이름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약용으로도 널리 쓰여왔다는 거예요. 학명은 Prunus padus Linne이며, 영어로는 Bird cherry라고 불린답니다.
제가 찾아본 자료에 따르면 귀룽나무는 잎, 열매, 잔가지, 뿌리껍질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부위에 약성이 골고루 분포해 있다고 해요. 봄에 채취한 어린 잎은 나물이나 무침으로 먹을 수 있고, 폐와 기관지의 염증을 가라앉혀 기침과 가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열매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위를 보강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 작용과 항균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죠. 가지와 뿌리껍질은 관절염이나 신경통 같은 통증 완화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한여름에 까맣게 익는 열매는 한의학에서 ‘앵액’이라 부르며 약재로 쓰인답니다.
봄 산행이 선사한 다른 약용 식물들
청룡산을 오르내리며 귀룽나무 외에도 눈에 띄는 식물들이 몇 가지 있었어요. 노란 꽃이 시간이 지나면 붉게 변하는 ‘골담초’는 이름 그대로 뼈 건강을 돕는 약초로 유명하죠. 뿌리를 말려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개느삼’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자 멸종 위기 종으로, 가시가 없고 진통, 해독 작용이 뛰어나 독사에 물렸을 때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산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노린재나무’는 가을에 잎을 태우면 노란 재가 남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자연의 아이디어는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정상에 오르는 길에서 한가지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했어요. 등산로를 가로지르는 산악자전거나 오토바이의 흔적이었죠. 진정으로 산을 사랑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발자국 외에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 아닐까요? 왜 이런 아름다운 자연 공간을 훼손하고 다른 등산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공원 입구에 ‘출입 자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강제력 없는 안내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단속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었어요.
자연의 약초와 조용한 위안
이번 봄 산행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작은 발견과 성찰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 곁에, 산과 들에 얼마나 많은 유용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조용히 자라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귀룽나무처럼 이름도 생김새도 독특하면서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보물 같은 존재들이 말이죠. 4월이면 귀룽나무에 구름처럼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고 하니, 그때 다시 찾아가 꼭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산은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와 운동량뿐만 아니라, 때로는 묵묵한 위로와 소중한 지식을 선물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 가까운 산이나 공원에 가보시는 건 어때요? 아마 저처럼 뜻밖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실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