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가죽나물이다. 올해도 4월이 되자마자 시장에 가죽나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작년에 맛본 그 쌉싸름한 향과 식감이 생각나서 이번 주말에는 꼭 한 번 만들어보리라 마음먹었다. 가죽나물은 참죽나무의 어린순을 말하는데, 독특하고 강한 향으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식재료다. 하지만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봄이면 꼭 찾게 되는, 마치 계절의 신호와도 같은 나물이다. 데치지 않고 생으로 무쳐 본연의 향을 살리기도 하고, 살짝 데쳐서 부드럽게 먹기도 하며, 심지어는 소금에 절여 장아찌로 오래 두고 먹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입맛을 확 돋우는 고추장무침으로 가죽나물을 만나보려 한다.
목차
가죽나물의 정체와 봄철 효능
가죽나물은 이름 그대로 참죽나무의 새순을 말한다. 두릅이나 엄나무순과는 또 다른 독특한 향과 쌉싸름한 맛을 자랑하는데, 이 향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아스팔트 냄새나 흙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어 호불호가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이 특유의 향이 바로 가죽나물의 정체성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강한 향이 해독 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봄나물은 겨우내 몸에 쌓인 나쁜 것을 내보내는 데 좋다고 했는데, 가죽나물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도 있어 봄철 기운을 차리는 데 제격이다. 제철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로, 이때 채취한 어리고 통통한 순이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다. 너무 시기가 늦어지면 줄기가 굵어지고 질겨져 식감이 떨어지니, 제때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죽나물 손질과 데치기의 비결
가죽나물을 사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꼼꼼한 손질이다. 시장에서 사온 가죽나물은 줄기에 잔가지나 억센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부드러운 순은 그대로 두고, 딱딱하게 굳은 줄기 끝부분이나 나무처럼 보이는 부분은 칼로 잘라내는 것이 좋다. 칼로 살짝 눌러보았을 때 잘리지 않고 저항이 느껴지면 그 부분은 제거하는 게 식감을 좋게 만드는 비결이다. 손질 후에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어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가죽나물은 다른 나물에 비해 흙이나 미세한 이물질이 많을 수 있어 세척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세척 후 물기를 충분히 빼주는 것도 중요한데, 체반에 받쳐 10분 이상 기울여 두면 자연스럽게 물기가 빠진다.
데칠 것인가, 말 것인가
가죽나물을 어떻게 먹을지는 이 단계에서 결정된다. 나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해보았는데,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만약 가죽나물 특유의 강한 향과 쌉싸름함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면, 데치지 않고 생으로 무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방법은 향이 가장 진하게 느껴지며,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반면, 향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살짝 데쳐주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단단한 줄기 부분을 먼저 30초 정도 넣었다가 잎까지 모두 넣어 총 40초에서 1분 정도 데친다. 잎이 파랗게 변하면 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식히고 물기를 꼭 짜준다. 데치면 향은 조금 누그러지지만, 나물의 쓴맛이 줄고 부드러운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처음 먹어보는 분이라면 데치는 방법으로 도전해보는 것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길일 수 있다.

입맛을 살리는 고추장 양념 버무리기
가죽나물무침의 영혼은 고추장 양념이다. 강한 개성을 가진 나물이기 때문에 양념도 진하게, 단맛을 충분히 더해주어야 균형이 잡힌다. 기본적인 양념 재료는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매실청(또는 조청), 참기름, 통깨다. 내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는 단맛이다. 매실청이나 조청을 듬뿍 넣어 쌉싸름함을 중화시켜주면 훨씬 입에 잘 붙는다. 둘째는 마늘의 양이다. 가죽나물 자체의 향을 가리지 않도록 다진 마늘은 적당량만 넣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넣으면 마늘 향만 강해져 본래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양념을 미리 볼에 넣고 골고루 섞어둔 후, 물기를 뺀 가죽나물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준다. 버무리는 순간부터 진한 고추장 향과 가죽나물의 독특한 향이 섞여 나오는데, 이때가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다.
장아찌로 오래 두고 먹는 방법
가죽나물이 많이 들어왔을 때, 혹은 봄 내내 즐기고 싶을 때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장아찌로 담그는 것이다. 이 방법은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방식인데, 가죽나물을 소금에 살짝 절여 수분을 빼고 말린 후,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하면 꾸덕한 식감과 더 깊은 맛이 배어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특히 도시락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소금에 절일 때는 너무 짜지 않도록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30분 정도 절인 후 헹궈 물기를 꼭 짜내고, 키친타월로 닦아내면 준비 완료다. 나물로 바로 먹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방식이다.
가죽나물과 함께하는 봄의 식탁
완성된 가죽나물무침은 봄 식탁의 톡톡 튀는 별미가 된다. 고추장의 붉은색과 나물의 초록색이 어우러져 보기도 좋다. 한 끼에 너무 많이 먹기보다는, 작은 접시에 조금씩 담아 밥과 함께 곁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강한 향과 맛이 있기 때문에 과식하면 속이 쓰릴 수 있으니 적당량을 즐기는 것이 지혜다. 내 생각에는 이 나물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봄나물 볶음밥에 살짝 넣거나, 된장국에 다져 넣어도 풍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이렇게 고추장무침으로 시작했지만, 다음번에는 살짝 데쳐서 된장 양념에 버무려보는 것도 계획 중이다. 가죽나물의 가능성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봄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
가죽나물을 준비하고 무치고 먹는 과정 자체가 봄을 만끽하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제철 나물을 고르는 일, 독특한 향을 맡으며 손질하는 일, 그리고 그 향이 양념과 어우러져 새로운 맛으로 태어나는 순간까지. 이 모든 것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호불호가 분명한 만큼, 처음 도전하는 분들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봄이라는 짧은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맛이기에 한 번쯤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데쳐서 부드럽게, 혹은 생으로 강렬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도 즐거움의 일부다. 여러분도 이번 봄, 가죽나물의 독특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보는 건 어떨까. 어떤 맛이었는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보았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





